검마
십삼十三, 혹은 검마劍魔.
사람에게는 무조건 이름이 붙기 마련이라면, 그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마교에 납치 당하고, 검마의 제자가 되고, 그의 별호를 가져오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었다.
물론 딱히 동정 받을 생각은 없다. 목이 간당간당한 삶에서 사람다움을 고민할 여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안에 사람다움이 없다는 이유로 제가 쌓아왔던 모든 길을 무너뜨렸다.
이유는 몰랐다. 이자하에게 말했듯 진정한 마를 겨루기 위함이었을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교에 질린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그는 사람다워지기로 했다. 사람답게 즐거워하고, 장난도 치고, 평범하게 사람을 사귀고.
그 첫 걸음은 그녀였다.
사람이기도 전부터 제 곁에 있었던 이. 똑같이 사람이기에는 조금 모자란 이.
이제 조금 편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우리.
완벽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지 않겠나.
cm. 모찌님